관자놀이 쪽이 유독 지끈거리고 어지러울 때면 편두통을 가장 먼저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드물게 편두통이 아닌, ‘측두동맥염’이라는 질환 때문에 관자놀이에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측두동맥염은 편두통에 비해 드문 편이지만, 방치하다가는 실명까지도 이어지는 위험한 질환인 만큼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측두동맥염이란 어떤 질환인지, 편두통과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짚어보자.
머리 깨질 듯 아픈 측두동맥염, 시력저하와 전신증상 가져와‘측두동맥염’은 관자놀이 부위에 위치한 동맥에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으로, 주로 50~70대 이상의 고령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노인성 혈관성 두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동맥에 염증이 발생하면 혈관 벽이 두꺼워지고 혈액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이때 동맥에 부종과 압통이 생기면서 두통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명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으나 면역 체계의 이상 반응으로 인한 염증 반응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측두동맥염으로 인한 두통이 발생하면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듯이 극심한 통증과 욱신거리는 듯한 압통이 느껴지게 된다. 주로 염증이 발생한 혈관과 관자놀이 부근을 중심으로 통증이 발생하며, 간혹 머리 전체로 통증이 번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풀어 오른 측두동맥이 관자놀이와 이마 아래로 비쳐 보이고, 혈관을 만져보면 단단하게 굳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문제는 단순히 두통만으로 증상이 그치지 않고, 동맥에서 발생한 염증이 혈액을 타고 펴져나가면서 몸의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관자놀이와 가까운 눈에 염증이 침범하는 경우가 많은데, 염증이 눈으로 가는 혈관을 막아 눈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허혈성 시신경염’이 찾아오게 된다. 이때 갑작스럽게 시력이 크게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나며, 며칠에서 몇 주 만에 반대편 눈까지도 시력이 저하되는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외에 염증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전신 근육통과 발열, 체중 감소 등의 전신증상이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동반 증상 및 진단 방식에서 편두통과 차이특히 관자놀이 주변에 두통을 유발하는 또 다른 질환인 편두통과 초기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 편두통은 주로 스트레스, 음식, 수면 부족 등 특정 요인이 있을 때 주기적으로 발생하며, 한쪽 머리에 박동성 두통이 나타나면서 메스꺼움, 빛에 대한 불편감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측두동맥염은 혈관에 발생한 염증이 퍼지면서 눈이나 신체 전반에 이상 증상을 유발하는 만큼 동반 증상에서 차이를 보인다. 두 질환은 발병 원인이 다른 만큼 진단 방식에서도 차이가 난다. 편두통의 경우 특별한 검사를 시행하기보다는 △최소 5회 이상의 두통 횟수 △4~72시간의 두통 기간 △두통 특성 △동반 증상 등의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고 진단하게 된다. 만약 측두동맥염이 의심될 때에는 두통 증상 외에도 혈액 검사를 받아 보면 염증 수치가 높게 나타날 수 있으며, 측두동맥 초음파와 조직 검사 등을 받아 보면 최종적인 진단이 가능하다.
스테로이드 복용하면서 치료…부작용 주의해야만약 편두통이 아닌 측두동맥염이 의심되는 경우라면, 시력 저하 등으로 이어지기 전에 즉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뒤늦게 치료를 받더라도 이미 떨어진 시력이 원래 수준으로 돌아오기는 어려운 데다, 뇌혈관 쪽으로 염증이 퍼져 혈관이 막히면 뇌졸중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측두동맥염을 치료할 때는 주로 항염증 효과가 뛰어난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약물 치료가 시행된다. 환자의 증상과 연령, 체중 등을 고려해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도록 하고, 어느 정도 증상이 완화되면 서서히 용량을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증상이 눈에 띄게 사라졌다고 해도, 재발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6~12개월 정도는 지속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장기간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치료하다 보면 혈압과 혈당 상승, 골밀도 감소, 쿠싱증후군 등의 부작용이 찾아오기도 쉬운 만큼 이상 증상 여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측두동맥염이 자주 발생하는 노약자의 경우 이러한 부작용에 더욱 취약할 수 있는 만큼, 스테로이드 약물의 용량과 사용 기간을 의료진과 상의하고, 부작용이나 합병증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평상시 면역력과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